불교 이야기

오온(五蘊)

hognmor 2021. 12. 11. 19:15

부처님이 말씀하신 오온은 색 수 상 행 식의 다섯 가지 무더기를 말한다. 하나하나씩 다섯 무더기가 아니라, 다섯 가지가 하나로 된 무더기이다. 흔히들 색은 물질이고 수 상 행 식은 넷이 합쳐 정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물질과 정신으로 분류하는데, 이렇게 되면 물질 따로 있고 정신 따로 있고 하는 식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마치 육체만 죽고 정신은 영혼이 되어 하늘나라로 간다는 이론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물질을 독립된 실체로 보기 때문에 이런 오류를 범하는 데, 물질은 실체가 없는 것이어서 별개로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 궁극은 성질로 바뀌어 정신과 한 무더기를 이루는 것이어서 육체와 정신은 분리될 수 없다. 상즉(相卽) 한다는 의미이다.

육체와 정신은 한 덩이로 육체가 멸하면 정신도 멸한다. 여기까지 만 본다면 단멸이다. 단멸은 '죽으면 끝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데 그렇다면 인과법칙에 맞지 않게 된다. 살아생전에 인연을 지었으면 그 과보를 어떤 식으로든 받아야 인과의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살아생전에 지은 인연을 죽은 후에 무엇이 그 과보를 받는 것일까?

부처님은 12연기법에서 그 해답을 주시었다. 12연기법을 대개는 윤회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데, 물론 전생의 업을 후생의 과보로 받는 점에서는 윤회의 법칙이긴 하지만 12연기의 참뜻은 모든 생멸법의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짧은 찰나와 순간에도 12연기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것이다. 한순간에 있어서도 오온인 색 수 상 행 식은 한 덩어리로 원을 그리며 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주고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업을 받는 것은 금생 일 수도 있고 내생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온에 대해서 다섯 가지 항목별로 알아보자. 이 분류는 밀린다판 해제의 분류이다.

 

1) 색(色, rūpa)

색이 육체적 요소를 가리키든지 아니면 외부의 물질적 대상에 대한 경험을 가리키든지 실체 개념이라기보다는 기능을 가리킨다. 즉 차고 따뜻하거나, 단단하고 부드럽거나, 심지어 벌레에 물리는 등의 현상으로부터 색을 경험한다. 즉 그러한 현상들에 대한 경험이 가능하지 않을 때 색[물질적 요소]에 대한 언급은 무의미한 것이다.

2) 수(受, vedanā)

감각의 요소는 범부와 성인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인격체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이다. 감각에는 세 가지 요소[즐거운(sukha) 느낌, 괴로운(dukkha)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adukkhamasukha) 느낌]가 있다. 지각과 감각[즉 느껴진 것]이 없는 명상 중의 몰입[황홀경] 상태[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인식 작용이 없는]를 제외하면 감각 경험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러한 감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억제될 수 있다. 그러한 반응 자체가 감각에 대한 지속적인 갈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감수(感受)를 뿌리로 하는 탐욕(rāga)과 집착(taṇhā)을 제거하는 것이 수행의 요체이다.

3) 상(想, saññā)

상은 지각하는 기능을 말한다. 그것은 다른 정신적 물질적 활동과 분리된 고정된 지각이나 표상 자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쳐 지나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 과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머물 경우는 대체로 취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법 없이 끊임없이 어떤 지각으로 돌아와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경험의 흐름으로부터 어떤 대상들을 분리해 내고 그러한 대상들이 모든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일한 대상들이라고 간주한다.

감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각 역시 인격체의 다른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다. 즉 지각은 상상력과 같은 정신의 작용에 의해 복합적인 실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개별적이고 독립된 인상이 아니다. 이 말은 인격체의 모든 요소가 기계적으로 집합하여 인격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인격체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개개의 지각도 기억과 개념과 기질, 그리고 물질적 요소[色의 '기능'] 들이 뒤섞여 있는 보따리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다른 요소들이 사상[捨象]된 순수 지각을 붓다는 인정하지 않았다. 순수 지각이란 '순수 선험적 범주'와 같이 형이상학적인 발상이다.

4) 행(行, saṅkhārā)

행이야말로 왜 순수 지각이 존재할 수 없는가를 설명해 준다. 붓다의 입장에서 행은 인간의 개체화, 다시 말해서 지각의 개체화를 조장하는 요소이다. 물질적 현상을 포함한 모든 현상은 행의 강한 영향 아래에 있다. 그것은 인격체와 그 환경의 진화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붓다는 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 "[行은] 色[인격체의 물질적 요소와 외부 세계에 대한 물질적 경험]과 감각과 지각과 행 자체와 의식이 각기 특이한 양상으로 작용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행에 의해 틀지어지고 방향성을 부여받는 것은 비단 인격체만이 아니다. 우리의 환경, 예컨대 의식주로부터 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행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다. 인식론적으로 행은 인간이 경험적 세계를 다루는 유용한 수단이다. 감각에 드러나는 모든 것을 알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행은 취향이라는 형태로 세계에 대한 이해의 틀을 형성하기 위해 혼돈으로부터 자료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5) 식(識, viññāṇa)

식은 행에 의해 개체성이 확립된 인간존재의 연속성을 설명하는 요소로 인정된다.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식도 나머지 요소[色受想行]에 의존하여 존재하고 또 자료를 공급받는다. 그것은 신비로운 자아에 의해 통합되는 단편적인 의식 작용의 연속체이거나 영속적인 실체가 아니다. 즉 다른 요소들, 특히 색온으로부터 분리된 의식은 단독으로 기능할 수가 없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식은 다른 요소들과 함께 작동한다.

(이상 밀린다판 해제의 분류)

한편 유식학파에서 5위백법중 심법을 설명함에 있어서 수(受 vedna)를 전오식(前五識)인 안이비설신식(眼耳鼻舌身識)으로, 상(想 sanna)을 육식(六識)인 의식(意識)으로, 행(行 sankhara)을 칠식(七識)인 말라식으로, 식(識 vinnana)을 팔식(八識)인 아뢰야식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수(受)와 상(想)은 느낌과 이미지만으로써 아직 업(業)을 일으킬 대상은 아니며 행(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라식인 아상(我相) 아견(我見) 아만(我慢)의 업(業)을 일으키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 업의 흐름에 따라 장식(藏識)인 식(識 vinnana)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오온에 있어서 생사와 연관하여 관찰해 보아야 할 핵심은 업을 만들고 억겁을 쌓아온 장식(藏識)이다.

부처님은 12연기 법에서 오온 중 식만이 생멸에서 벗어나 새로운 오온의 씨앗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설명하시었다. 이 씨앗으로 작용하는 식을 업식(業識)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으로 중생이 세상에 태어나 먹고 마시고 숨 쉬고 보고 듣고 견문각지(見聞覺知)를 만일 새롭게 배워서 알게 되려면 평생은커녕 수천 년이 걸려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중생은 장식으로 인하여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먹고 물도 마시고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인간 DNA의 유전자 정보에는 인식이 아닌 형질을 결정하는 정보로만 알려져 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중에 식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약간의 혼돈을 발견 할 수가 있다. 오온에서의 식은 색 수 상 행과 별개로 작용할 수 없다하였는데 12연기에서는 그것이 업식이 되어 독립적으로 다음 생에 이어 지는가?

A:12연기에서의 식(識, vijñāna, consciousness) : 업, 혹은 경향성은 의식의 형태로 존속한다. 인간이 죽을 때, 육체는 소멸하지만 의식의 흐름은 무상하게 변하면서도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이어진다.

B: 오온에서의 식(識, vinnana):식은 행에 의해 개체성이 확립된 인간존재의 연속성을 설명하는 요소로 인정된다.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식도 나머지 요소[色受想行]에 의존하여 존재하고 또 자료를 공급받는다. 그것은 신비로운 자아에 의해 통합되는 단편적인 의식 작용의 연속체이거나 영속적인 실체가 아니다. 즉 다른 요소들, 특히 색온으로부터 분리된 의식은 단독으로 기능할 수가 없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식은 다른 요소들과 함께 작동한다.

A와 B를 비교해 보면 설명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A는 '죽음 이후에도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이어진다'라고 하였고 B는 '색온으로부터 분리된 의식은 단독으로 기능할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물과 파도의 관계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바람이 일면 파도가 일어난다. 이 파도가 바로 식이다. 파도는 생멸하고 작용하고 기능한다. 그것이 끝나면 물로 돌아간다. 물은 물의 성향을 지니고 계속 이어진다. 물과 파도는 본질에 있어서 같다. 둘 다 식인 것이다.(유사한 비유를 밀린다팡하에서 나아가세나 존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 등잔의 불을 다른 등잔으로 옮겼을 경우 불의 연속성으로 보아 같은 불 이지만 엄연히 다른 불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오온을 설하신 이유는 중생이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 작용이든 모두가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어서 이들 존재에 대한 애탐을 끊고 다 소멸시켜 멸진 열반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열반을 성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열반이 아닌 죽음 이후를 생각해야 하며 윤회를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윤회의 주체는 무엇인가? 오온 속의 식인가? 색수상행식은 생멸한다. 생멸하지만 연속적인 성질만은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출처] 오온(五蘊)| 작성자 leeje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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