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과 3계, 6도

수미산과 3계와 6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고대 인도인들은 세계 중앙에 거대한 수미산이 솟아 있고, 이 산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가 전개되어 있다고 사유했다. 불교는 이 이상적 세계관과 신화를 채용해서 재구성했고, 또 이것을 바탕으로 마음과 생존 상태를 분류했다. 수미(須彌)는 ⓢⓟsumeru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고, 묘고(妙高)라고 번역한다.

 

3계는 중생의 마음과 생존 상태를 세 단계로 나눈 것이다. 6도는 중생들이 저지른 행위에 따라 받는다고 하는 생존 상태, 또는 미혹한 중생의 마음 상태를 여섯 가지로 나누어 형상화한 것이다. 즉, 중생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머물게 되는 여섯 가지 세계이다. 수미산에 대해 《구사론》 제11권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수미산은 금 · 은 · 폐류리(吠琉璃, ⓢvaiḍūrya 검푸른 빛이 나는 보석) · 파지가(頗胝迦, ⓢsphaṭika 수정)의 네 보석으로 되어 있는데, 높이가 8만 유선나(踰繕那, ⓢyojana 1유선나는 약 8킬로미터)이고, 바다 밑에 잠긴 길이도 그러하다.

 

이 산을 중심으로 네 대륙과 아홉 개의 산이 있고, 산과 산 사이에 여덟 개의 바다가 있는데, 이들은 거대한 원통형의 금륜(金輪) 위에 있고, 금륜 아래에는 수륜(水輪)이 있고, 수륜 아래에는 풍륜(風輪)이 있고, 풍륜은 허공에 떠 있다.

 

네 개의 대륙이란 남쪽의 섬부주(贍部洲), 동쪽의 비제하주(毘提訶洲), 서쪽의 구타니주(俱陀尼洲), 북쪽의 구로주(俱盧洲)이다. 수미산 중턱에는 4천왕이 거주하는 4왕천이 있고, 그 정상에는 도리천이 있다.

 

네 대륙 가운데 우리 인간들이 사는 곳은 남쪽의 섬부주(贍部洲)라고 한다. 섬부(贍部)는 ⓢjambu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잠부(jambu) 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섬부주에는 16대국(大國)과 5백 중국(中國) 그리고 10만 소국(小國)이 있고, 오래 사는 사람의 수명은 100세이지만 일찍 죽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섬부주는 다른 세 대륙과 비교하면 환경과 조건이 뒤떨어지지만, 이 대륙에 사는 인간에게는 하나의 특권이 있는데, 여러 부처가 나타나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제하(毘提訶)는 ⓢvideha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승신(勝身)이라 번역한다. 이곳에 사는 인간들은 신장이 뛰어나다고 한다. 구타니(瞿陀尼)는 ⓢgodānīya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우화(牛貨)라고 번역한다. 여기서는 소를 화폐로 사용한다고 하여 이와 같이 말한다. 구로(俱盧)는 ⓢkuru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종족 이름이고, 네 대륙 가운데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한다.

 

                                                                  [수미산 그림]

 

4왕천은 지국천(持國天) · 증장천(增長天) · 광목천(廣目天) · 다문천(多聞天)이고, 4천왕은 수미산 중턱의 동쪽에서 중생을 두루 보살피면서 국토를 지킨다는 지국천왕, 남쪽에서 불법(佛法)을 보호하면서 만물을 소생시킨다는 증장천왕, 서쪽에서 눈을 부릅뜨고 그 위엄으로 불법을 보호한다는 광목천왕, 북쪽에서 항상 도량을 지키면서 설법을 듣고 중생에게 재물을 베풀어준다는 다문천왕을 말한다.

 

수미산 정상에는 도리천이 있는데, 도리(忉利)는 ⓢtrāyastrimśa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33’이라는 뜻이고, 천(天)은 ‘신(神)’ 또는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도리천의 중앙에 왕인 제석이 있고, 4방의 봉우리에 각각 8신이 있어서 33신이다. 제석은 32천과 수미산 중턱에 사는 4천왕을 통솔하면서 불법을 지킨다고 한다.

 

3계와 6도는 다음과 같다.

 

3계

 

① 욕계 : 탐욕이 들끓는 세계로, 지옥 · 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6욕천(六欲天)을 통틀어 일컫는다. 6욕천은 4왕천 · 도리천 · 야마천(夜摩天) · 도솔천 · 낙변화천(樂變化天) ·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다.

② 색계 : 탐욕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 형상에 얽매여 있는 세계로, 여기에 17천(天)이 있다.

③ 무색계 : 형상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수한 선정의 세계로,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 ·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을 말한다.

 

6도

 

① 지옥도(地獄道) : 살아 있는 것을 죽이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음란한 짓을 하고, 거짓말하는 자가 가게 된다는 곳이다. 수미산의 4방에 있는 네 대륙의 하나인 남쪽의 섬부주 밑에 있다 하고, 뜨거운 불길로 형벌을 받는 8열지옥(八熱地獄)과 혹독한 추위로 형벌을 받는 8한지옥(八寒地獄)으로 크게 나뉜다.

② 아귀도(餓鬼道) : 재물에 인색하거나 음식에 욕심이 많거나 남을 시기 · 질투하는 자가 죽어서 가게 된다는 곳으로, 늘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로움을 겪는다고 한다. 섬부주 밑과 인도(人道)와 천도(天道)에 있다고 한다.
③ 축생도(畜生道) : 온갖 동물들의 세계이다.
④ 아수라도(阿修羅道) : 늘 싸움만을 일삼는 무리들의 세계로, 수미산 옆의 바다 밑에 있다고 한다.
⑤ 인도(人道) : 수미산 남쪽에 있는 섬부주, 동쪽에 있는 비제하주, 서쪽에 있는 구타니주, 북쪽에 있는 구로주의 네 대륙을 말한다.
⑥ 천도(天道) : ‘신들의 세계’라는 뜻으로, 수미산 중턱에 있는 4왕천에서 무색계의 비상비비상처천까지이다.

 

불교에서 묘사하고 있는 세계관은 공간적으로 실재하는 게 아니라 고대 인도인들의 상상이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겪는 인간의 마음과 생존 상태를 형상화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음 가운데 아귀와 축생과 아수라가 있고, 보살과 부처가 있다. 인간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없이 변한다. 몹시 성을 내어 싸울 때는 아수라가 들끓고, 자비심을 일으킬 때는 관세음보살이 움직이고, 온갖 그릇된 일을 저지르거나 끊임없이 탐욕을 일으킬 때는 지옥에 떨어진 것이고,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는 청정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면 부처이다.

 

                                                    [3계 6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