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삽시다

[이명박 협박 기소사건] 신상철 피고인 모두 진술

hognmor 2012. 6. 27. 23:07


[이명박 협박 기소사건] 신상철 피고인 모두 진술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2-06-27)


3년 전 2009년 4월 7일,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그 내용의 일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주변의 지인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기도 하고 빌리고 갚으며 그렇게 더불어 살아갑니다.

저 뿐만아니라 보편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에서 물러나 고향에 내려온 전직 대통령, 더구나 권력을 잡은 새로운 정권의 수장이 그토록 싫어하는 전직대통령에게 무슨 대가나 혜택을 바라고 금전을 제공했겠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개인적인 금전거래로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법적 금전거래’ 혹은 ‘대가성 뇌물’로 보았는지 모르겠으나 그 내용을 들추어보고, 언론에 흘리고, 대검찰청에 소환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대검찰청 앞 마당에서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를 받으시던 그 순간 대통령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날 창밖으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짓던 홍만표 검사와 이인규 검사의 모습 역시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노 대통령께서는 국민들께 사과를 하면서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주변’은 가족과 가까운 참모들을 말씀하신 겁니다.

대통령께서는 자신의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모두 나의 불찰이니 나를 위해 일한 사람들을 벌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신 것입니다. 여느 권력자들처럼 돈을 받은 것도, 부당한 사찰을 한 것도 모두 아랫것들이 한 일이라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점이지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시고 그로부터 한 달 보름이 지난 5월 23일 대통령께서는 부엉이 바위에 올라 몸을 던지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의 분노는 사그라 들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저의 분노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제 자신도 잘 가늠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BBK로 시작된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에서 촛불시민들을 후려잡고, 용산에서는 서민들을 불타죽게 하고, 4대강으로 국토를 파헤치고, 알짜 공기업을 팔아치우려 하고, 선량한 국민들을 불법사찰하며 괴롭히는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어느 국민이 그러한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노정연씨가 자신의 주택을 마련하기 위하여 지인으로부터 얼마를 빌렸든 그것은 사적 영역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퇴임후 살 집을 위하여 청와대 경호실이라는 공적기관과 돈을 합쳐 토지를 구입한 행위는 분명히 공적영역이며 그러한 국기문란적 행위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과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대비해 볼 때 이것은 너무나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지난 2월 말 어느 날 아침, 새벽 5시경엔가 일어나 인터넷으로 뉴스검색을 하던 중, 검찰이 노정연씨 아파트 관련 수사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그 동안 누적되었던 모든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였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칼럼을 쓰려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습니다만, 얼마나 화가 나는지 글이 이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점잖게 시작하던 글을 모두 지워버리고 저의 감정이 저를 이끄는 대로 글을 작성하고 올렸던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저와 제 주변의 돈문제’라고 말씀을 하시며 사과를 하셨던 것은 그 돈의 성격이나 오고간 유형의 문제를 떠나 그것이 거론되고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를 견디기 힘드셨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는 스스로 그 모든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운명’처럼 끌어안고 몸을 던지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신 스스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오랫동안 노대통령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결심하셨던 것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말입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그 당시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어 고인의 가족을 재수사하겠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저는 <인간으로서 참으로 할 수 없는 행위>로 느껴졌고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것은 참으로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법 논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의’를 말하는 겁니다. 법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법의 논리를 내세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분노’외엔 없다는 것이 더욱 비통함을 느끼게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저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어느 날, 저의 감정에 최대한 충실한 모습으로 작성하여 세상 사람들 앞에 펼쳐 놓았습니다.

저는 이명박 개인에 대한 분노와 함께 그 권력을 이용하여 선량한 국민들을 힘들게 만들고 괴롭히는 그 모든 수하들의 행위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응징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하고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좋은 밀알이 되어 진보적 민주사회를 재건할 수 있는 좋은 정권이 창출될 수 있다면 저의 분노는 감성적인 수준에서 보다 이성적으로 변화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패악한 정권에서 저질렀던 모든 불법과 부패와 비리들이 온 세상에 드러나고 그들의 부당한 행위에 합당한 사법적 절차를 거쳐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면 저의 분노는 마침표를 찍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의 선하고 현명하신 판단을 앙망합니다.

 

<편집자주> 위의 내용은 '이명박 협박 기소사건' 첫 재판(2012. 6. 1)에서의 신상철 피고인 모두 진술 내용입니다. 오늘 오후 2:30 두번째 재판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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