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삽시다

정윤회 문건속 감춰진 위험한 암투의 흔적들

hognmor 2014. 12. 8. 15:14

2014,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 찌라시의 정체
장유근 | 2014-12-08 14:04: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윤회 문건속 감춰진 위험한 암투의 흔적들
-2014,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 찌라시의 정체-

“세계일보가 찌라시인가, 국민들이 찌라시인가, 청와대가 찌라시인가…?”

휴일(7일) 오후 새누리당 소속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특별 오찬에서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란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는 발언을 해 화제다. 세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해 찌라시로 폄훼하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것.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정윤회문건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루머일 뿐이라며 한마디로 일축하고 나선 것. 결국 한 언론(세계일보)을 찌라시로 만들며 언론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이하 ‘찌라시’라 한다) 등에 따르면, 루머의 당사자는 박근혜와 그녀의 ‘밤의 비서실장’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정윤회였다. 정윤회가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적힌 찌라시가 청와대로부터 유출돼 정국을 뒤흔든 것. 찌라시 속에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쫓아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 봐야할 찌라시 작성 시기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같은 내용 등 특정인의 국정개입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청와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세계일보와 관련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검찰로 하여금 (가이드라인을 통해)문건 작성자 등을 소환하여 사건의 실체를 신속히 밝히도록 한 것. 박근혜가 찌라시로 규정한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지난 1월 6일자) 유출된 것이며, 관련 찌라시의 제목은 ‘[靑(청와대)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고 분명히 적혀있었다.

그런데 찌라시 관련 내용등을 살펴보면서 눈에 띈 게 있었다. 찌라시의 작성 시기였다. 찌라시는 지난 1월 6일 자로 작성된 것이다. 그러니까 대략 1년 전부터 박근혜와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권력의 암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인 지. 시계를 거꾸로 돌려봐야 당시의 사정을 알 수 있는 데 찌라시에 따르면 비서실장 김기춘 등이 일찌감치 도마에 올라 목이 잘려나갈 형편이었던 것.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암투를 벌이게 만든 것일까.

부정선거 후유증과 서울시 간첩증거조작사건

박근혜는 출발부터 부정선거 후유증에 빠져 삐걱거렸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과 기무사 등이 동원돼 이른바 ‘댓글사건’을 일으킨 게 화근이었다. 박근혜의 시작은 댓글선거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게 됐다. 통합진보당(이정희 대표) 등 야권 일각에서는 줄기차게 ‘박근혜 퇴진’을 주문하며 부정선거의 실체를 밝히라며 남재준 국정원장 퇴진까지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통진당 소속 이석기 의원 등은 (능력도 전무해 보이는)내란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국정원과 검찰로부터 희한한 사건 하나가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서울시(박원순 시장)를 향한 ‘서울시 간첩증거조작사건’의 전모가 모두 드러나며 조작정치가 도마에 올랐다.(위 ‘뉴스타파’ 영상 참조) 댓글사건의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국정원의 일탈이 발가벗은 채 도마에 올라 국정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었던 것.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앞 두고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세계일보로부터 단독 보도된 정윤회 관련 찌라시는 (시기적으로)대략 이런 정국속에서 작성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 다툼에서 이긴 청와대의 뼈저린 댓가

국정원은 결국 검찰로부터 증거 서류가 ‘위조’된 데 따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국정원의 한 첩보원은 번개탄을 피워가며 자살극 등을 연출하는 가운데 ‘검찰의 판단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간첩사건을 뒤집지는 못했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은 간첩증거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국정원 남재준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새누리당 정몽준까지 “오래 전부터 남재준 사퇴 얘기했다”며 국정원장을 뒤흔든 것. 국정원이 허위로 간첩을 만든 사건 때문에 결국 남재준 원장은 사퇴를 하게 됐다.

국정원과 검찰 혹은 청와대의 ‘끗발 싸움’ 결과 국정원이 검찰에 밀린 것이며, 국정원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치에 깊이 관여한 것 등의 혐의(?)로 완전히 체면을 구긴 것. 청와대는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남재준을 내치는 동시에, 찌라시에 나타난 김기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찌라시의 내용이 섬뜩했던 건 주로 이러한 모습이었다. 예컨데 남재준 등을 통해 ‘4대강 보험’에 든 친이계가 친박계로부터 쫓겨난 모습이 국정원장 퇴진이었을까. 남재준이 사퇴를 할 때쯤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정윤회 문건 속 무서운 권력 암투의 흔적

평범한 국민 1인의 모습에 비친 권력 암투의 흔적이 무서운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남재준은 끝까지 버텼다. 그는 여야 혹은 청와대의 사퇴압박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간첩사건 책임은 통감하지만 사퇴는 없다”며 버텼고, 새누리당 김용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 속된 말로 ‘훅 가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하며 남재준의 등을 떠밀었다. 그런데 정작 ‘훅 간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 일각(친박계)이었다.

본격적인 권력 다툼이 시작된 것이랄까. 남재준을 쫓아낸 데 성공한 박근혜와 청와대는 두고두고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사태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남재준이 사퇴한 직후 해괴망측한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것이다. 누군가의 보복이 세월호 참사로 이어진 것일까. 공교롭게도 남재준이 사퇴(지난 4월 15일)한 다음 날(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청해진 해운의 세월호에 상식 밖의 참사 소식이 전해진 것.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절묘한 순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남재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물러난 다음 날, 진도 앞바다에서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실종 되거나 사망하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전후에 일어난 끔찍한 참사였다. 참 묘한 시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고 세상사람들이 다 알게 된 세월호 참사는, 남재준이 사퇴를 하기 직전부터 묘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하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렸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단원고 학생들이 승선하게 될 여객선은 세월호가 아니라 제주-인천을 정기적으로 운행해 온 ‘오하마나호’였다. 출항 직전에 오하마나호에서 세월호로 바뀌게 된 것이며, 세월호에는 당일 승선한 신원불명(?)의 항해사 등이 함께 승선한 것으로 의혹이 무성했다. 이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승객들을 버리고 해경의 도움을 받아 ‘나홀로’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들이었다. 이날 아침 필자는 서울 근교에서 ‘스케치 여행’ 출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가 궁금해 폰을 여는순간 세월호 침몰 사건에 깜짝 놀랐다가 잠시 후 안심하게 됐다. 승객 대부분이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난 다음 가슴을 졸이게 된 건 귀가한 직후 TV를 여는 순간부터였다. 오보였다. 그후 세월호는 속절없이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과 함께 수 백명의 승객들이 수장되고 있었던 것. 패닉상태로 빠져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참사가 진도 앞 바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데 누구 하나 세월호에 접근해 구조하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전혀 상식 밖의 경악할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세월호 참사의 미스테리와 유병언과 김기춘

그로부터 대략 240일이 다가오는 2014년 12월 어느날, 세계일보로부터 단독 보도된 찌라시에서 권력 암투의 무서운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의 배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짬짬이 생각해 보게된 것이다. 필자는 비서실장 김기춘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사퇴 배경을 참조하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히 남는 것. 남재준은 왜 사퇴 직전까지 청와대 혹은 검찰에 ‘끝까지’ 저항한 것일까 하는 의혹이다. 세계일보로부터 찌라시 내용으로 폄훼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의 문건을 참조하면, 일반인이 쉽게 잘 알 수 없는 ‘보복성 사건’이 찌라시로부터 발현된 게 세월호 참사인지…

국민 1인이 본 찌라시의 배경

새누리당을 이루고 있는 친이계와 친박계 등의 권력 암투가 진행됐다면, 구세력과 신세력의 다툼 혹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해묵은 갈등이라고 가정할 때 남재준을 잃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는 판단이 든 것. 예컨데 이명박 등 친이계(혹은 누가 됐던)가 내세운게 원세훈에 이은 남재준이라면 ‘4대강 보험’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동시에 (이명박 등이)신변에 큰 위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가 댓글선거 후유증을 겪고 있는 데는 '이명박의 댓글선거 후원'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또 그에 대한 보험적 성격의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논공행상으로 받았다면, 남재준의 몰락은 곧 이명박 구속 사태를 암시하는 정도의 메가톤급 공격이었을까. 이러한 세월호 사태 당시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보험을 든 쪽에서는 보험을 강제로 해지 시킨 보험설계사(?)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을 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의 권력 대부분을 행사하고 있는 김기춘이 그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면, 공격대상의 첫 번째 희생양은 김기춘이었을 것이며, 권력의 실세(요즘 언론에서 말하는 ‘십상시’ 혹은 ‘정윤회’ 등을 가르킴) 혹은 박근혜로 이어질 것으로 사료된다.

새누리당과 정치 패거리들의 음모와 술수

이러한 가정 아래 보이지 않는 권력이 (권력 중심을 공격해)권력 한가운데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공격방법은,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과 김기춘의 관계를 크게 부각시키는 한편, 청와대의 은밀한 비선을 노출시켜 자멸 시키는 한 차원 높은 작업(?)이 진행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 김기춘과 청와대의 권력을 정조준 한다면, 대형사고의 여파를 통해 청와대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력들을 제거하는 은밀한 작업에 나섰을 것. 그게 세월호 참사 전후 발생한 권력의 암투라고 생각하니, 국민 1인에겐 무서운 권력 암투로 다가오는 것.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동안 자리를 비운 불가사의한 일과 자국민 304명의 목숨이 위태위태 할 당시, 박근헤의 행방이 묘연하고 정윤회의 행방까지 도마 위에 오른 건, 주로 이런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계일보)찌라시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을 통해 평소 볼 수 없었던 눈물을 찌질 거린 배경에는 어쩔 수 없는 '자기의 운명'에 대한 연민이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머시깽이들 소행으로 일어난 겁니다’라고 차마 말 할 수 없었던 것이랄까.

박근혜와 청와대 혹은 김기춘의 부끄러운 선택

만약 그렇게 말 할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면, 세간의 눈길이 집중된 ‘7시간 행불사건’은 서울시 간첩조작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거수 일투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박근혜는 물론 친박세력과 새누리당 모두가 '자멸하는 길'을 걷게 될 게 뻔한 ‘바보같은 짓’으로 보였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박근혜와 청와대는 어떤 결정 혹은 판단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벗어나야 할까. 김기춘 혹은 청와대의 결정은 이랬다.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같은 박근혜의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으면서, 박근혜나 김기춘 등이 이끌고 있는 한국의 정치에 대해 큰 부끄러움과 배알이 뒤틀림을 느꼈다. 자기가 발가벗은 것도 모른 채(하며), 자기가 조롱의 대상인 것도 모른 채(하며), 한 여자 때문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하며), 그 같은 상황 전부를 남의 일로 치부하는 척(하며), 사사로운 권력의 감정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일’로 치부 (하며) 감추려 드는 모습 등을 보면서 ‘장황한 소설’을 끼적거리게 된 것이다.

독재자의 딸이 선택한 가시밭길

그동안 친일파를 중심으로 모인 보수 정치세력에 관대했던 세계일보 조차, 조중동 조차, 종편 조차, 상식 이하의 인간 말종이 보여주는 쇼가 찌라시가 보여준 추태랄까. 언론 보도를 묵살한 박근혜의 한 마디를 상고해 보나마나 찌라시의 실체는 세계일보도, 국민도, 아닌 청와대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 뒤돌아 보면 권력의 속 알맹이 혹은 거짓의 속 알맹이가 낱낱이 드러나는 지난 한 해였다. 2014년 한 해를 돌아보고 있는 현재, 우리 정치판 혹은 대한민국이 처한 국격은 찌라시같은 모습이랄까.

한 여자와 엉뚱하게도 ‘능력 밖의 한 여자’에게 잠시 맡겨진 권력에 기대어 (지난 시절)자기들의 범죄를 세탁해 보려는 시도 등으로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추잡함’ 등으로 얼룩져 있는 참 부끄러운 모습이 담긴 찌라시의 모습이다. 오로지 권력 유지만을 위해 언론과 국민의 바람과 생각을 동시에 저버린 찌라시같은 선택이, 휴일 오후에 발현된 게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이었 것이라 사료되는 것. 정체성을 상실한 ‘독재자의 딸’의 말로가 매우 궁금해진다. 유신독재자 박근혜의 애비 박정희는 권력의 암투 때문에 중앙정보부장(오늘날 국정원장) 김재규로부터 권력 한 복판에서 총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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