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삽시다

노무현 잔혹사(서프라이즈 / 안호용 / 2009-04-24)

hognmor 2009. 4. 25. 21:45

자신을 ‘BBK 대표이사’라고 호기롭게 소개했던 이명박이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고강도 방탄복을 능가하는 그 뻔뻔함은 가히 동방불패 절대고수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그를 추종하는 무뇌아 인간들이 놀랍게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중간계’적인 세상에 나도 끼어 살고 있다는 게 태생적으로 나는 행운아다.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이명박은 자신이 BBK 사장이라고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경준은 재생불능의 능지처참을 당했는데도 ‘동업자’였던 ‘대표이사 이명박’은 대통령이 된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도덕성은 최고통치자로서 첫 번째 덕목이라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명박은 치명적인 도덕성의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당히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을 묵과하는 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민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을 노벨 물리학상에 추천한다. 이유는 관성의 법칙이 역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회학적인 방법론으로 증명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과 ‘야망의 세월’ 이명박은 근본이 다르다

만약 노무현이 그러한 입장이었다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났을까. 아마도 십중팔구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부도덕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하와 도덕성을 선택하라고 하면 분명 노무현은 도덕성을 집어들 것이다. ‘바보’ 노무현과 ‘야망의 세월’의 이명박은 근본이 다르다. 그들의 살아온 인생 역정을 보면 너무나 쉽게 나타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우파들은 요즘 축제라도 열 판이다. 생리적으로 지독스럽게 비토했던 노무현을 박연차 게이트와 부정부패의 몸통으로 몰고 가는 검찰의 수사 상황을 그들은 스트립쇼를 보듯 매우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노무현을 뇌물 수뢰와 관련된 죄목으로 옭아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보수우파세력들은 마치 노무현은 뇌물을 받은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단정을 짓고 맹렬히 비난을 퍼붓고 있다. 또한 중도 및 진보좌파 쪽에서도 노무현의 도덕성은 루비콘 강 너머로 내던져버렸으며 그의 이중적 행동에 배신감이 인다고 일갈을 해댄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발가벗겨진 채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는 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부터 검찰은 그 주변을 이 잡듯이 현미경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30대 재벌 근처에도 못가는 중견업체인 태광실업에 대해 ‘60여 명을 동원해 장장 5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했으며 그 이외의 주변 인물들의 뒷조사도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었다. 퇴임 대통령 주변을 이렇게 현미경 조사를 한 것은 전례에 없던 특이한 조치였다. 윗선의 강력한 입김이 없이는 이렇게 집요하게 조사를 하지는 못할 것임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느 누가 감히 보복성이 아니라고 장담하겠는가.

 

전두환, 노태우는 주체하지도 못할 만큼 너무나 많은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더구나 ‘나쁜 놈’이었기 때문에 법과 국민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였지만, 김영삼의 비자금 사건은 검찰에서도 별다른 수사 없이 넘어갔으며 여론도 따지려 들지 않았다. 김대중도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나쁜 놈’이 아니면 적당한 비자금은 묵과해주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에서 말이다.

 

만약 국민 정서상 그것마저 용납을 못한다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금 당장 검찰 수사를 받아야 되고, 언론도 연일 열변을 토해내야 하고, 국민은 그 부도덕성을 질타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니 그 파장은 누구도 책임 못 진다. 그렇다고 검찰의 일방적 발표대로 노무현의 죄를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가정일 뿐이다.

 

사실 노무현 측근들과 박연차는 아마추어였다. 박연차를 삼성의 이건희나 그 휘하의 임원들과 같은 부류로 보았을까, 수백억 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과정은 대충 실토를 했지만 그 검은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에 대해서는 자물쇠를 굳게 잠근 그들의 충직함을 박연차에게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그들이 박연차처럼 화끈하게 까발렸다면 그 폭발력은 지금의 수십 배는 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정관계는 구제불능의 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10대 재벌 어느 한 곳을 무작위로 골라 박연차처럼 현미경을 들이대보라. 옷 벗는 사람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노무현과 박연차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 박연차가 다른 사람도 아닌 노무현과 악연이 있는 박찬종을 변호사로 선임한 것을 보면 인간적으로 이별을 고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면 이런 것을 두고 배신이라 한다. 정태수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진실과는 상관없는 보수우파 세력의 노무현 죽이기

작금의 박연차, 강금원 게이트는 진실게임이 아니다. 보수우파 세력의 노무현 죽이기다. 따라서 보수우파의 대표주자인 검찰이 메스를 꺼내 든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악연이 있으니 ‘너 잘 걸린’ 꼴이다. 쥐 잡은 고양이처럼 노무현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검찰의 비열한 행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들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노무현을 보며 한껏 즐기고 있다. 조금 풍자적으로 표현하면 휴지를 옆에 두고 클라이막스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우파는 노무현에게 도덕 콤플렉스가 있다. 그들은 노무현의 도덕성에 무참하게 린치를 가해야 한다는 폭력적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피학대성 쾌감도 얻는다. 또한 진보좌파의 미덕 중의 하나인 도덕성을 격하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신들의 도덕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그리고 진보좌파 세력의 분열도 도모한다. 그들은 노무현을 진보좌파의 구심점으로 보고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호되게 당했듯이 보수우파는 노무현을 ‘악의 군주 사우론’으로 보고 있으며, 그 존재를 제거해야만 진정한 자신들의 세계가 온다고 믿고 있다. 죽은 권력일망정 노무현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한 ‘그들만의 세상’이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변 수사는 다 끝났고 노무현 조사만 남았다. 구속수사냐 불구속수사냐가 검찰 내부에서 노골적으로 흘러나온다. 몸통은 노무현이라고 이미 확정을 하고 정치적 감성적 조절만 남았다고 그들은 언론 플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끝까지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재판에서 검찰의 오만과 편견이 만천하에 드러날 테지만 그러한들 노무현에겐 상처뿐인 영광이리라. 남는 것은 더럽혀진 명예 그리고 현실 정치의 혐오와 허무이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가치가 어떠한 모양이든 상관없다. 어떻게 보면 ‘그’ 자체가 가치인지 모른다. 하여튼 그가 십자가를 지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잔혹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