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굴과 궤에 대하여
- 제주인의 삶과 애환이 어린 ‘숯굴(숯가마)’ -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숯을 구어 성안(시내)에 가서 숯 10가마니에 좁쌀 서말(12되) 받고 팔아 생활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제주도내 대부분 지역에서 숯을 구워 생활했던 이야기가 남아 있고,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지금도 곳곳에 숯굴(숯가마)가 많이 남아있다. 제주의 전형적인 숯가마는 지름 3~4m, 1.5m 깊이로 땅을 판 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고, 불을 지피는 화구와 연기가 배출되는 굴뚝구멍을 가마의 머리부분에 낼 만큼 머리를 쓴 과학적인 숯가마였다. 그 속에 벌목한 나무를 쌓아놓고 흙으로 덮은 다음 불을 때서 나무장작들이 타도록 하였다. 숯을 굽는 절차는 먼저 숯 굽는데 필요한 나무를 준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숯의 재료는 밤낭, 퀸낭, 가시낭, 틀낭, 서낭, 볼레낭 등이 쓰였다. 숯 굽는 나무는 목질이 질긴 것이 최상인데 숯불 기운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낮에는 나무를 준비해 두었다가 밤에 숯가마에 불을 지폈다. 연기가 나서 숯굽는 것이 관청에 발각될까봐서 였다.
- 제주인의 삶과 애환이 어린 ‘궤(작은 동굴)’ -
평소에 자신이 관리하는 말들이 주로 풀을 뜯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테우리(목동)들은 여럿이서 한 데 어울릴 겨를이 없다. 대신에 점심때가 되면 어느 내창(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그 자리에서 둘러앉아 차롱(대나무 바구니)에 싸온 밥을 함께 먹는다. 말을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보면 날이 저무는 수가 있다. 쾌청하게 맑은 날이라면 모를까 흐린 날은 해가 졌는지 모르고 있다가 어둠을 만나는 수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섣불리 나섰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어쩔 수 없이 궤에서 밤을 지낸다, 어떤 때는 아예 사나흘 밤을 궤에서 지내기도 한다. 테우리들이 자주 드나드는 궤 속에는 밥해먹는 자리가 따로 있고, 식량이나 반찬을 보관해두는 자리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마지막 밤을 보내고 하산할 때에는 남은 식량과 반찬 등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남은 양식이나 반찬은 단지에 넣고 뚜껑을 잘 덮어놓고 내려간다. 악천후 등을 만나 불시에 동굴을 찾을지도 모르는 다른 테우리들을 배려해서였다. 제주에는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동굴이 많다. 4․3 광풍이 몰아치던 때는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 숨어들었던 은신처이기도 했다.